사진으로 채워가는 취미생활

오랜 세월 함께한 반려동물을 보내며..

오라공천 2022. 9. 6. 00:56

8월 26일 새벽

 

어제부터 물속에서 다리를 쭉 빼고 같은자세로 잠자고 있기에 혹시나 해서 건드려봤는데..

조용히 무지개 다리를 건너간 듯 하다.

사진을 찍어두긴 했는데 이미 눈을 감은 상태라 포스팅에 게재하기 좀 뭐해서 글로 마무리하려 한다.

 

처음 함께 살게된 건 결혼 초반인 2005년 쯤 될 것 같다. 확실히 기억나는 건 상도동에 살 때였는데

우리의 첫만남이 벌써 17년이나 되었더라.

 

보통 겨울에는 겨울잠 자느라 잘 먹지도 않고 움직임도 거의 없다가 봄이되면 어김없이 깨어나 그렇게 설쳐대더니

올해는 이상하리만치 늦게까지 겨울잠을 자는 느낌을 줬었다.

그리고 겨울잠에서 깨어난 다음에도 활동이 좀 둔한 편이어서 이놈도 늙었구나 싶었다.

 

그러다.. 한참 먹고 쌀 때인 한여름에도 잘 안먹더니 다리와 목 주변에 살이 점점 빠지고

더운데도 안움직여서 한번은 손바닥에 얹고 가만히 주물러 줬더니 다시 눈을 뜨더라.

그러고는.. 꿕꿕하면서 울어댔었어.. 거북이가 소리내는거.. 지난 10년전에 한번 그러더니 두번째였다.

좀 달랐던건 10년전에 울어댈때는 누군가를 부르듯이 울부짖듯 울었는데

이 때는 약간 호흡이 불편한 듯한.. 마치 편찮으신 할아버지가 숨을 몰아쉬듯이 그랬다.

 

그 때 직감했지.. 얼마 못가겠구나..

다행히 아내와 아들이 귀국하고 딱 열흘을 함께하고 갔다.

아내가 돌아왔을때 무척 반가워하면서 움직였었는데.. 아무래도 마지막 가기 전에 보고갈 수 있어서 반가워서 그랬던가 보다.

 

함께할 수 있었던 건 사실 우리의 의지와는 상관없이 그랬던 건데

막상 오랜 세월 함께하고 이별하고.. 그 이별이 마음 속 유리조각 박혀 있듯 가슴아픈 기억인 것을 보니

나름 우리에게 깊은 의미였고 "연" 이었던 것 같다.

반려동물이란 모두에게 그런 존재인 듯